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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의 다문화도시인 안산시의 다문화정책이 우수한 이유 중의 하나는 관과 민의 이주민 지원사업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다. <사진=글로벌미션센터>
안산에 있는 여러 이주민 지원단체 가운데 글로벌미션센터(센터장 최경식, 사진 아래 맨 오른쪽)는 경기도 북부청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헌신적인 노력으로 외국인주민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민간기관이 2009년 4월 안산 원곡동에서 시작해 변함없이 이주노동자를 지원한 세월이 15년이다. 초창기엔 필리핀과 네팔,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지원했으나 현재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주로 돕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글로벌미션센터를 방문해 사업을 들어봤다.
다양한 이주민 지원사업
글로벌미션센터의 주요 사업은 상담(출입국, 노동부, 건강, 귀국, 가정 등)과 돌봄사업(쉼터 2곳) 등이다. 특히 연간 2000건을 훌쩍 넘는 이주민 상담이 주목을 끈다. 다른 이주민 상담기관과는 달리 밤이나 새벽 시간대는 물론, 일주일 내내 쉬는 날 없이 SNS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한국 생활 고충을 상담한다.
무엇보다 사업장, 병원, 출입국,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의 동반 방문 서비스를 연중 제공한다. 이 서비스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쉼터는 연간 200~250명 정도가 이용한다. 이직, 산재요양, 출국 대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가 쉼터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쉼터에 머무는 동안 질병 치료는 물론 상담을 통해 직장생활 중 받은 상처를 달래주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경식 센터장은 “사업장 변경이나 산재로 요양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국내에 거소가 없어 오갈 데 없는 상황이 된다.”며 “이들이 쉼터에 머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재충전하여 새로운 회사에서 한국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글로벌미션센터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교육 사업과 문화 체육 사업을 운영해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생활 알권리를 충족하고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말 한국어교실(두 반-초급, 중급)을 연 2학기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가들과 함께 노동법교육, 산재교육, 보건교육, 소비자 보호교육, 성폭력예방교육 등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를 위한 봄, 가을, 야유회와 체육대회 여름 캠프, 설, 추석 아웃팅을 통하여 일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주민과 함께 아프고 운다
매년 수많은 상담을 진행하는 최경식 센터장은 가슴 아픈 상담사례를 많이 접한다. 그 중에서도 2023년 봄에 만난 필리핀 출신 미등록 체류자 마리아(가명)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한국에서 20년간 미혼으로 살며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들을 부양했다. 미등록으로 거주한 탓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평소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면 약국에서 약을 처방 받아먹으며 20년 세월을 버텼다.
그날도 배가 아파 약을 사먹었지만 복통이 가라앉지 않고 배가 너무 불러와 비싼 돈을 감수하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처음으로 검사를 한 결과 폐암 말기를 진단받았다. 급한 상황에서 마리아 씨는 복수를 빼내는 시술만 받고 퇴원했다.
의사에 따르면 마리아 씨는 폐암의 내부 장기 전이가 심해 마약성 진통제 외에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마리아 씨는 글로벌미션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등록 체류 상태인데다 폐암 말기의 몸으로 혼자서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가 출국을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경식 센터장은 마리아 씨의 요청대로 마지막 병원비를 연계해 주고 비행기표를 구매해 출입국외국사무소까지 동반해 자진 출국 신고 절차를 도왔다. 마리아 씨가 원하는 것은 남은 여생을 고국에서 가족들과 평안히 보내며 요양하는 것이었다.
최경식 센터장은 “마리아 씨는 한국에서 건강검진만 제대로 받았어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등록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진료 한번 받지 못하고 당국의 눈을 피해 알바를 전전하며 살았던 한국에서의 그의 지난 20년의 생활은 얼마나 힘들었을까?”하고 탄식했다.
최 센터장은 또 “마지막으로 출입국사무소 복도에서 제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기도뿐이었다”며 “함께 기도를 하며 하나님께 억울함을 호소하고 울었던 아픈 기억이 남았다.”고 말했다.
최경식 센터장은 지금도 가끔 마리아 씨가 필리핀 어느 바닷가 고향 마을에서 환한 얼굴로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그의 안식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4년 1월에는 공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정신병이 발병해 노숙 생활까지 하던 필리핀 이주노동자 J씨를 쉼터에서 보호한 적이 있다. 한국 직장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던 그는 정신병이 발병하자 회사에서 쫓겨났다. 최경식 센터장은 J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하고, 4달간 돌보기까지 했다. 이후 필리핀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필리핀으로 안전하게 귀국시킨 사례가 있다. 그는 지금 이주노동자로 재입국을 꿈꾸며 필리핀에서 가족들과 요양 중이다.
24시간 진행형인 이주민 돌봄
오늘도 글로벌미션센터는 한국 내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가족으로 존재한다. 산재로 다쳐서 아픈 이주민에게 치료를 제공하고 직장에서 내국인과의 갈등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실직을 해 오갈데 없는 이주민들에게 쉴 곳을 제공한다.
돌보고 위로하고 기도하며 그들이 한국에 있는 동안 의지할 가족이 되어 주는 것, 이것이 글로벌미션센터의 사명이다. 글로벌미션센터에 근무 시간이 따로 없는 것은 이주민들 모두가 최경식 센터장의 가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경식 센터장은 일주일 내내 쉬는 날이 없다. 최경식 센터장은 늦은 밤이나 새벽 어느 때든 이주민들이 긴급 상황에서 보내는 구조신호를 외면하지 못한다.
최경식 센터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저의 돌봄이 필요한 이주민이 있기에 지치거나 아플 시간이 없다.”며 “돌봐준 이주민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유일한 보람이자 삶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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