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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 부산대학교 인문대 시습관에서 근세 유학자 현암 권재성(1890~1955) 선생과 그의 아들 설암 권옥현(1912~1999) 선생을 기리는 추모학술대회가 열렸다.<사진=경기다문화뉴스> 이번 학술대회는 영남 유학의 전통을 계승한 두 부자(父子)의 학문적 업적을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로 모암계와 부산대학교 사범대학의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부자가 함께 권위있는 학자로 인정 받고 더욱이 이를 기리는 추모 강연회가 개최되는 일은 드물다. 모암계는 유학의 정신을 계승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다.
모암계 계장인 정경주 경성대 명예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연구하는 현암과 설암 선생의 학문은 급변하는 IT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며 모암계를 통해 두 분의 높은 학문과 이상을 되새기니 그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홍수 부산대학교 사범대 학장은 “저는 1988년부터 2년간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는데, 같이 공부하는 문하생에 비해 공부가 부족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저의 부족함보다 삶의 실천을 강조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오늘 두 분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돼 영광스럽다. 가능하면 앞으로 학술대회를 계속 부산대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암 선생의 장손인 권석근 씨는 “전국에서 행사에 참여해 주신 유림과 문인, 학계의 모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선비의 일상은 학문을 닦고 수양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고 그 뜻을 따르는 이 행사가 유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암•설암 선생은 율곡 이이와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기호학맥을 계승한 대표적인 영남 유학자다. 특히 설암 권옥현 선생은 영남 유학의 거목인 추연 권용현 선생의 수제자로서, 후학 양성과 학문 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생전 설암문집 18권 6책을 저술했다.
설암의 후학으로는 부산대 고(故) 이병혁 교수, 동의의료원 진찬영 교수, 부산대 이성혜 교수, 동아대 유영옥 교수, 원로 한학자 허호구 선생, 정창석 선생, 김재열 선생, 박완식 교수, 서영주 교수가 있으며, 문인으로는 경성대 정경주 명예교수, 동의의료원 김영균 명예교수, 양산대 엄원대 교수, 부산대 이수훈 교수, 김흥수 교수, 학연서당 정영만 박사 등 다수의 인사가 있다. 이 외에도 한문학, 윤리교육, 국문학, 역사학, 한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학자와 교사들이 설암 선생의 학통을 잇고 있다.
강연회에선 백승옥 부경역사연구소 소장이 ‘설암 선생님을 추모하며, 『중용』 구경장을 읽다’, 한국국학진흥원 이새롬 박사가 ‘현암 권재성의 학문과 교유’, 단국대학교 채지수 박사가 「현암 권재성의 시세계’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3명의 학자들의 발표는 현암과 설암 선생의 학문적 깊이와 그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것으로 참가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래향교, 김해향교, 고성향교 유림들을 비롯해 문인, 종친, 부산문학포럼, 부산대 한문학과 학생 등 120여명이 참석했으며, 현암 선생의 손자 권해극, 해조, 해로, 해두, 해종과, 증손 석근, 중근, 일근, 영근씨 등 후손들도 자리를 함께 하여 뜻을 더하였다.
이번 추모 강연회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20세기 근세 유학 정신을 되새기고 그 가르침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살리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선현들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모암계를 중심으로 유학의 맥(脈)이 꾸준히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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