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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남편도 집도 없이 어떻게 아기를 키우나요?”

2023.06.11 23:44
조회수 561
Reporter Hasu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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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한줄요약

장애 아기 임신 후 달라진 남편의 태도...절망에 빠진 결혼이주여성의 하소연

게시물 내용

베트남에서 온 임신 9개월의 결혼이주여성 A씨(27세)는 금새 두 눈이 빨개졌다. 기자는 뱃속의 아기를 생각해서 슬픔과 분노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닥친 절망을 A씨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 6월 5일 평택의 한 이주민 지원시설에서 A를 만났다.<사진 왼쪽이 결혼이주여성 A씨. 오른쪽은 통역을 도운 이주여성. 파파야스토리>

좋은 남편에 대한 믿음

A씨는 지난해 5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7월에 혼인신고를 하고 임신을 했다. 

A씨는 여러 가지 준비를 거쳐 지난 3월 8일 처음 한국에 입국했다. 그의 마음은 한국과 결혼 생활에 대한 꿈으로 부풀었다.

한국 생활을 준비하며 A씨는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에 들러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그것이 A씨가 맞닥뜨린 불행의 시작이었다.

산부인과에서는 뱃속의 아기가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졌다고 진단했다. 남편과 A씨는 병원 3곳을 옮겨다니며 진단을 받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 와중에 시간은 훌쩍 지나 4월이 됐다. 

다운증후군 아이, 어떻게 할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아기의 장애 진단은 A씨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남편은 A씨에게 한국에서는 낙태를 못한다고 하니 베트남으로 돌아가 낙태를 하라고 종용했다. 친절하던 남편의 태도도 어느덧 변해 간헐적인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 

장애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A씨도 낙태에 동의하고 4월 27일에 베트남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때 A씨는 이미 임신 31주였다.

베트남에 도착한 A씨는 친정엄마와 함께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베트남 병원에서는 뱃속 아기가 다운증후군이 아닌 코뼈가 없는 기형이 있다고 진단했다. 어쨌든 낙태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임신 31주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내 아이인지 믿을 수 없다”

베트남에 오자마자 병원 진료를 받고 낙태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A씨는 친정엄마와 함께 친정집으로 향하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베트남에서도 낙태를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들은 남편은 소리를 버럭 지르며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임신 31주의 산모가 5시간 비행기를 탄 뒤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쉬지도 않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A씨가 당장 갈 수는 없다고 하자 남편은 “그럼 집에 오지 마라. 너 같은 여자와 살고 싶지 않다. 아기도 내 아이인지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적대적으로 변한 남편

그것이 A씨가 남편과 부부 사이에서 할 수 있는 대화의 마지막이었다. 5월 5일에 A씨는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남편과 함께 살던 집의 비밀번호는 바뀌어 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남편은 끝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후부터 남편은 A씨를 적대적으로 대했다. 문자메시지로 협박하는 말을 반복했고 A씨가 지인을 통해 시설에 입소한 뒤에는 모르는 척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했다. 

배우자에 대한 실종신고는 일방적인 이혼신청의 전단계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어떻게 아이를 키우나요?

A씨는 기자 앞에서 서운하고 아픈 감정을 가차 없이 드러냈다. 이 감정은 자칫 분노가 되어 타들어갔다.  

“너무 실망스러워요. 저는 남편만 믿고 한국에 온 건데 이제 남편이 너무 미워요. 나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너무 슬퍼요.”

임신 35주의 산모가 뱉어내는 분노와 절망이 아기에게 좋을 리 없다. 기자는 인터뷰 내내 그의 감정을 추스를 것을 당부해야 했다. 

A씨는 앞으로 이주민 시설의 도움을 받아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고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을 계획이다. 

“처음에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지만 지금은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저는 이제 남편도 집도 없이 어떻게 아기를 낳아서 키우나요? 저는 어떤 존중도 받지 못했고 이제 절망만 남았어요.”

A씨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터졌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만 부작용도 현재진행형이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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