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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종 칼럼> 法의 불변이 불법이다

2024.05.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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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종 신한대학교 총장, 파파야스토리(경기다문화뉴스) 주필

게시물 내용

법(法)이라는 글자는 물(水)과 갈(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이 가는 대로’ 법의 어원은 이렇습니다. 가장 순리적이고 상식적인 게 법이라는 뜻입니다.

물은 노자의 저 유명한 상선약수(上善若水)에도 등장합니다. 물처럼 사는 게 최고의 삶이라는 뜻입니다.

노자에 따르면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함을 지녔고, 다른 생물을 이롭게 하는 상생의 덕목을 가졌습니다. 무엇보다 물은 네모 그릇에 들어가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들어가면 둥글게 되는 유연성을 겸비했습니다. 隨時變易이라 하여 때에 맞는 변화를 추구하며 살라는 겁니다.

이 정도 의미라면 ‘법은 물이다’라는 명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법은 물이 가는 대로 순리적이며, 낮은 곳을 지향하는 겸손과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유연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경험하는 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이 2만 2000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스위스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판결하고, 독일 헌법이 국가가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과 동물을 보호할 것을 명시했으며, 필리핀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밀림개발을 막는 재판에서 승소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의 터전인 황거누이 강에 법인격을 부여했습니다. 인간말고도 동물과 자연을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하고 판결한 겁니다.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 법원은 2018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취소하라는 산양소송에 ‘동물은 원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거기다 '원고' 산양에게 1000만원에 달하는 담보제공 명령까지 청구하는 말도 안 되는 비상식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4월 23일 우리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2020년 3월 기후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약 4년 1개월만이었습니다. 이 공개변론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최초랍니다. 이 소송에는 태아를 포함한 어린이 62명을 원고로 한 '아기기후소송'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태아가 인격체인지를 논하는 낙태논쟁같이 태아가 원고로서 적격한지 대표성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걸까요?


반복하지만 법은 수시변역해야 하고, 때로는 네모나고 때로는 둥글둥글해야 합니다. 태아도 설악산 산양도 하나의 인격체로, 하나의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멸종위기의 제주 남방 큰돌고래도 법적권리와 자격을 부여받아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자연을 포함한 인류 모두, 모든 생물이 당사자입니다. 기후위기 문제의 성격상 당사자(산양이나 돌고래)가 소를 제기 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의 원인과 결과가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얽혀 있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가 그렇듯 기후위기 역시 국경, 인종, 종교, 이념의 경계가 무의미합니다. 기후위기로 체제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법은 다른 법이 아닙니다. 법의 본래 의미로 돌아가면 됩니다. 법(法)이라는 글자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인간 역시 물에서 비롯된 자연의 일부입니다. 법의 불변이 불법입니다. 법의 신속한 태세전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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