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한국 원화 가치가 주변국에 비해 더 떨어지는 이유

7월 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31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사진=조선비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1306.3원에 장을 마쳤다. 이틀 연속 종가기준 1300원 선을 돌파하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원달러 환율만 상승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원위안화 환율과 베트남의 원동 환율도 상승하고 있다.  7월 8일 한국 원화 대비 중국 위안화(CNY) 환율은 1위안 당 194.02원으로 1년 전 176.77원에 비해 약 10% 상승했다. 

원화 대비 베트남동 환율도 100동 당 5.57원으로 1년 전의 4.99원 보다 약 12% 상승했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과 베트남 이주민들이 고향에 같은 돈을 보낼 때 1년 전에 비해 중국은 약 10%, 베트남은 약 12%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원화가치 더 떨어지는 이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전 세계의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유독 한국의 원화 가치만 더 떨어지는 것일까?

2가지 정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졌다는 것이다. 천연 자원도 없고 내수 소비 시장도 충분치 않은 한국은 대부분의 기업이 수출로 먹고 사는데 세계 경기가 침체되면 수출이 제대로 안될 테니 주식시장을 비롯해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외국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입이 너무 용이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외국인이 자국의 자본(주식)시장에 들어오는데 다양한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 돈을 들고 와 투자를 하는데 아무런 규제가 없고 또 팔고 나가는데도 문제가 없다.

그러니 글로벌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지금, 투자한 돈을 빨리 팔고 나갈 수 있는 한국의 주식시장이 더 하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을 세계의 현금인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은 반대로 세계 경제가 좋을 때 한국 주식시장이 더 빨리 오르고 원화 가치도 더 빨리 오를 것이라는 뜻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르던 유가가 1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경상수지 개선과 계속 오르기만 하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