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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경기도에 이민사회국이 신설되고 9월에는 김원규 국장이 부임했다. 경기도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81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이민사회국 신설 결정은 매우 타당하다. <사진=파파야스토리>
그런데 이제 일을 한지 두 달 밖에 안된 김원규 국장이 10여차례에 걸쳐 100명이 넘는 이주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이주다문화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경기도 곳곳에서 ‘김원규 국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말하고 정책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쏟아진 것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5년간 근무한 그는 부천에서 3년간 외국인주민에 대한 법률지원 활동을 한 뒤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이 됐다. 경기도의 이주민정책 방향과 이주민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 지난 25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김원규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민사회국이 처음 생긴 뒤 공모를 통해 국장이 되셨습니다. 지원동기는 무엇인가요?
“3년 동안 부천에서 외국인주민을 위한 법률지원활동을 하며 느낀 것은 외국인주민을 위한 상담이 중요하지만 한계가 크다는 것입니다. 법률적인 지원으로 해결이 안되고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경기도의 이민사회국장이 되면 외국인주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동연 지사님은 ‘광역지자체 최초로 생긴 이민사회국에 자부심을 갖고 이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 모범이 되는 경기도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업무 파악하느라 바쁠텐데 벌써 현장에서 이주민단체와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신가요?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업 중의 하나는 바로 경기도의 이민사회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의 이민정책을 만드는 중차대한 일에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 외국인복지센터, 가족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일하는 다양한 분들을 만났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문제’와 ‘해법’이 모두 현장에 있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만나보니 반응이 어땠나요? 국장님께서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관과 민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민이 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모습이었습니다. 민에서 무슨 일을 하든 공적기관이 함께 하면 인력, 권한, 예산이 수반되니까 힘이 붙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국가보다 지자체를 가깝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이번 이민사회종합계획에 반영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경기도의 이주민정책이 나아갈 방향도 잡으신 건가요?
“기존의 한국의 이민정책은 외국인의 단기 노동 및 단기 체류를 중심으로 수립되고 집행된 것 같습니다. 외국인근로자도 유학생도 이제 몇 년 있으면 떠나갈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인구소멸을 비롯한 생산가능인구 축소로 인해 장기 정주를 지향하는 이주민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잘 적응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정책과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국장 부임 후 최근 경기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받으셨습니다. 고생도 하신 것 같은데 첫 행감을 받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권한을 위임 받은 도의원님들이 주민을 대신해 도정을 점검하고 지적하는 것이 행감입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행감을 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많이 배웠습니다. 도의원님들이 지적한 내용이 실제로 필요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힘들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느낍니다.”
-국장님은 국가인권위원에서 주로 활동하셨는데 외국인 인권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폭넓게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느끼시나요?
“기존의 한국사회 구성원들과 다른 분들이 오니까 낯설어하는 내국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한국이 필요해서 들어온 분들입니다. 이주민과 선주민 모두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낯선 것이지 적대적인 관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로 함께 살다보면 극복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주민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어느 사회에나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일의 나치도 유대인에 대한 공격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경기도 이민사회국의 정책 목표를 일부라도 소개해 주신다면 어떻습니까?
“핵심은 외국인의 장기 정주가 많아져 기존의 사회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경기도의 전체 주민 중 5%가 이미 이주민입니다. 사회의 인적구성원이 이처럼 크게 변화한 적이 없습니다. 다른 민족과 다른 인종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합니까? 많이 언급된 주제이지만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실현할 사업내용은 여전히 구상 중입니다. 하지만 유능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갖고 사회적 지위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2010년대 초반 프랑스와 독일에서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는 선언이 나왔습니다. 다양성 존중과 사회통합의 문제는 극복하기 힘든 동전의 양면일까요?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들끼리 사는 지역을 따로 조성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장애인 학생도 비장애인 학생과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도 일반 주택단지 안에 조성합니다. 따라서 이주민과 선주민의 삶도 공간적으로 분리되어서는 안됩니다. 이주민이 특정 지역에서 모여 사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하면 게토화 될 수 있습니다. 이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고립되어 선주민들과 단절되면 사회적인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투자가 필요하며 이들을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으로 경기도 외국인주민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경기도 이민사회종합계획의 캐치프레이즈를 ‘이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경기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주민은 한국인을 위해 희생당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주민도 한국 사회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정거장이 아닙니다. 경기도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선주민과 이주민이 힘을 합쳐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당일 건강검진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한 김원규 국장은 금식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특히나, 고위 공직자의 권위는 찾아볼 수 없는 성실하고 바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김원규 국장과 대화를 나눈 100여명의 이주민 단체 관계자들이 기대하는 이주민정책의 변화가 실제 경기도에서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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