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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와 어려움, 함께 고민해요”

2023.08.0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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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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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로벌미션센터 최경식 센터장 ‘이주민의 가족’으로 헌신하는 삶

게시물 내용

지난 2009년 설립된 글로벌미션센터(센터장 최경식, 사진 왼쪽)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주노동자의 각종 어려움을 돕고 인권을 옹호하는 상담사업을 비롯해 이주노동자 쉼터 운영 및 다양한 교육사업과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한국사회 통합을 돕고 있다.

특히 최경식 센터장은 외국인주민이 안산 지역사회에서 원만히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외국인주민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주민의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최경식 센터장을 만났다.


-글로벌미션센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2009년 4월 안산에 설립된, 이주민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경기도청 등록)입니다. 주로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단체죠. 주된 사업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생활하며 겪는 각종 어려움을 돕고 인권을 옹호해 주는 상담사업(노동, 출입국, 의료, 가족상담 등)과 실직, 산재, 질병, 귀국 대기 등으로 오갈 곳이 없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돌봄사업으로 이주노동자 쉼터를 운영 하고 있어요. 

교육사업으로는 주말 한국어교육을 비롯해 노동법 교육, 소비자 보호 교육, 산재 예방 교육, 긴급 구조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이주노동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연중 봄.가을 나들이, 추석.설 명절 문화체험 행사, 여름 캠프, 성탄절 행사 등 문화.체육 사업을 통해 한국 땅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이 여가를 선용하여 한국의 우수한 자연과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우리 센터는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난민, 이주아동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의 이주민을 섬기는 기관들과도 연대해 적극적인 한국 사회통합을 돕고 있습니다.” 

-센터장님 명함을 보면 ‘The Family of Migrant(이주민의 가족)’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센터의 모토를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나요?

“이주민 옹호 활동을 시작했던 1995년에는 ‘근로자들이 외롭겠다’는 생각에 그냥 ‘이주민의 친구’로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하는 친구들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에서 희로애락을 접하게 됐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평상시 말을 들어주고 간단한 도움을 주는 친구가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을 오갈 수 있는 상황에도 이들과 함께해줄 수 있는 가족이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2000년 초반 가나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탈장 수술과 하지정맥 수술을 복합적으로 받게 되어 도운 일이 있어요. 3개월째 임금 체불 상태인 데다 미등록 체류자여서 병원비가 없어 도울 방법을 여기저기 알아보게 되었고 적십자병원을 통해 거의 무상(10% 자부담)으로 수술받게 되었죠. 하지만 막상 입원하려고 하니 병원 측에서 ‘수술 후 거동이 안 돼 병시중할 보호자가 있어야만 입원이 된다’고 했어요. 저에게 ‘병간호할 보호자를 데려와야 입원이 된다. 보호자냐?’고 묻더군요. 

저랑 아무런 혈연관계도 없는 외국인의 ‘보호자’냐는 질문에 한동안 망설이다 “네. 그런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수술을 당장 받아야 하는데 제가 갑자기 비싼 간병인을 쓸 수도 없고 해서 자의 반 타의 반 보호자로서 돕게 되었습니다. 

세 시간의 긴 수술을 받고 병실로 올라 온 이주노동자의 곁을 지켰는데 그가 마취가 깬 후 저를 한번 부르고는 힘없이 다시 눈을 감을 때 검은 볼을 타고 내리던 투명한 눈물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낯선 타국에서 생사를 오가는 이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저의 이주민 활동의 모토는 ‘이주민의 가족’이 된 것입니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글로벌미션센터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한국에서의 가족으로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연간 2천 건 이상 상담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타글리시(엉어와 타갈로그어)로 상담하죠. 다른 센터와 차별화되는 것은 제가 운영하는 SNS 블로그의 (2,500명이 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365일 거의 쉬는 날 없이 밤낮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주민 지원기관들은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고 그 이후 상담은 거의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늘 SNS 채널을 오픈해 두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도움이 필요한 문제라면 사소한 통역부터 생사를 오가는 건강 문제까지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담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고, 상담자로서 때때로 지치고 힘들 때가 있습니다. 

쉼터는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 남성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네팔 쉼터도 운영했는데 다세대 주택에 네팔 음식인 커리 냄새가 많이 난다고 주민들의 민원이 심해서 네팔 쉼터 운영을 접게 됐습니다. 

쉼터란 곳이 실직, 산재, 귀국 문제 등으로 오갈 데 없는 여러 이주노동자가 단기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매일 돌봐야 하는 안전관리, 위생, 생활 지원 등에 어려움이 있어요. 2022년 기준으로 연간 200명(연인원으로 2,500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주변 지인들과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연계와 제가 시간이 나는 데로 통번역과 대중 강의 등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여러 형편상 10~20명이 생활하는 쉼터에 많은 부식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여름 전기세와 겨울 가스비 같은 공과금 문제로 충분한 냉온방 장치를 해주지 못해 미안함이 늘 있죠. 하지만 그곳에서 밝게 생활하며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직장에 잘 정착한 이주민들이 감사를 전해올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늘 이주민의 가족으로 내가 실천해야 할 첫사랑을 잊지 않고, 나를 성찰하며 이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주민들이 지금은 도움을 받지만, 나중에 자립하게 되면 또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늘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센터는 한국 이재민 돕기 성금, 우크라이나 후원 성금,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정기 후원, 난민 후원 등에 이주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이타주의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떤 논문으로 받으셨는지요? 그리고 향후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5년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복지란 학문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 실천하고자 석사학위를 시작해 2017년에는 박사학위에 도전했습니다. 지난 7년간 현장과 학교를 오가며 공부했고, 결국 제가 가장 잘 알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배제와 관련한 논문으로 지난 2월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논문 제목이 좀 특이한데 <매일 halimu(괴물)을 마주하는 balut sibuyas(눈물 나는) 한국 생활: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 연구>입니다. 여기서 ‘halimau-할리마우’는 필리핀 타갈로그어로 ‘괴물’이란 뜻인데 논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응해야 하는 척박한 한국의 주거 및 노동환경이나 사람과 제도 등을 총칭하는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이 논문은 한국의 고용허가제로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마주한 제도적 현실 가운데서 좌충우돌하는 한국에서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것입니다. 제가 지난 28년간 활동한 이주노동자 사회복지 실천 내용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 당사자의 언어를 빌어 작성한 논문입니다. 시간 되실 때 한 번씩 학술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이 논문으로 발제할 기회를 주셔서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배제’란 주제로 포럼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당시 심사해 주셨던 교수님들의 조언에 따라 시간이 날 때마다 제 논문을 쉽게 풀어서 대중서로 저술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반 국민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아시는 게 전부여서 선입견과 편견이 심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쉽게 한국에서 거주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이해 할 수 있게 돕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본업은 글로벌미션센터를 통한 상담과 돌봄 사업입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센터 사업에 집중하면서 매일 센터와 쉼터 그리고 이들의 삶의 현장을 오가며 이주노동자의 가족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파야스토리




<글로벌미션센터의 프로그램과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주민들. 글로벌미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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