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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와 같은 ‘이주민’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 지금 시작해요!

2022.03.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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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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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공부해 연세대 일반대학원 합격한 베트남 출신 ‘와잉’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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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 와잉(한국이름 양세영) 씨는 지난 2018년 5월 한국에 왔다. 베트남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한국회사에 취업한 인재였지만 그곳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난 후 그녀의 삶은 크게 바뀌었다. ‘능력도 있고 마음도 따뜻해 잘 챙겨줄 것 같아서’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는 와잉 씨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최선을 다해왔던 지난 삶처럼 한국에서도 또 다른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어 공부를 마치면 다른 나라 언어도 더 공부해 나와 같은 이민자들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먼저 겪어본 만큼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 온 지 4년여 만에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학협동과정(세부 전공 한국어 교육)에 합격해 새 출발을 앞둔 와잉 씨를 지난 2월 10일 만났다.

#“낯선 한국생활, 배움은 소통을 넘어 희망으로”

“베트남에서 재정학을 전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는 잘 몰랐어요. 그 당시 베트남엔 한국회사가 많이 들어와 있어 어학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하던 한국식당에서 조금 접한 정도였죠.”

열심히 공부한 덕에 대학 졸업 후 친구들보다 빨리, 월급도 더 받는 한국회사에 취직했다. 직장 생활은 바쁘고 즐거웠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국남자는 금세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도 남편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 베트남에서의 짧은 신혼생활을 뒤로하고 임신한 몸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남편의 나라 한국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가족, 문화, 언어… 그녀를 둘러싼 변화는 예상보다 크고 힘겨웠다.

“첫째를 임신하고 있어서 더 힘들었어요. 한국에 와서도 2년 정도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문화, 음식도 매우 다르고 특히 언어소통이 안되다 보니 오해도 많았어요. 베트남에 돌아가려는 생각까지 할 만큼요.”

입덧이 심해서인지 한국 음식이 맞지 않았다. 베트남 음식을 먹고 싶어도 어디서 재료를 사야 할지, 어디 가서 먹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음식 재료를 찾아도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막상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도 시어머니가 냄새를 싫어하시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행히 남편이 중간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지만, 출근 후에는 어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언어로 인한 오해는 크고 작은 갈등으로 쌓여갔다.

#가족의 도움으로 시작한 도전… ‘합격’ 선물로

한국 생활에 지쳐가던 그녀에게 근처에 사는 베트남 친구는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소개해줬다. ‘한국어도 배우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센터를 찾아가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수업이 어려웠지만 새로운 도전은 다시 삶에 활력을 줬다. 하지만 둘째를 출산하면서 다시 중단됐다.

“둘째가 돌이 될 때까지 공부를 못했는데 다행히 친정엄마가 와 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 2년 정도 한국에 계시면서 아이들도 봐주시고 제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주셨거든요. 대학원에 합격한 후 친정엄마가 많이 기뻐하셨어요. 자신이 와서 딸에게 큰 도움을 주셨다는 생각이 드신 거죠.”

친정어머니의 도움 속에 2020년 말부터는 센터에 있는 거의 모든 교육과정을 신청할 만큼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지만 1주일에 5일씩 수업을 듣고 복습을 하며 1년 넘게 쉬지 않고 공부해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TOPIK 한국어능력시험 6급을 땄다.

대학원은 집에서 가깝고 평가도 좋은 연세대학교를 선택했다. 연세대학교는 한국의 주요 명문대학 중 하나다. 와잉 씨는 “대학원 신청하려면 대학교 성적증명서 있어야 했는데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 등으로 성적이 아주 높지 않고, 연세대가 입학 경쟁력이 세서 자신도 없었지만 그래도 도전했다”고 했다.

한국에서의 경력과 자격증이 없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문화강사양성과정 수료, 세계시민교육강사 자격증 등을 취득해 경기도평생교육원과 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 진행된 전국 다문화가족 말하기대회에도 참가해 수상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해갔다.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임유진 센터장은 추천서를 써주는 데 그치지 않고, 구술시험에 앞서 방향을 잡아주고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대학원을 선택할 때도, 서류를 준비할 때도 센터의 많은 이들이 제 일처럼 도와주었다.

그녀의 노력은 합격으로 돌아왔다. 와잉씨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기뻤다. 합격을 확인하고 남편, 친정어머니, 센터장님, 가정보육 선생님, 온라인과정 선생님 등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화했다. 가족과 센터의 도움과 응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열심히 공부해 다양한 이주민 돕고 싶어”

친정엄마의 체류 기간이 끝나 이제는 혼자서 2살, 5살 두 아이를 돌보고 있다. 가정돌봄을 신청해 그나마 숨통이 트이지만, 3월이면 대학원 수업도 진행돼 지금은 기대감보다는 불안감과 걱정이 크다.

“제가 노력한 것이 합격이란 결과로 이어져 좋지만,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외국인이고 한국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받지 못해 ‘잘 할 수 있을까?’ 무서운 생각도 들었죠. 육아도 걱정이고. 연세대학원을 졸업한 센터 선생님과 만나 강의 선택과 어떻게 생활하면 되는지 등 조언을 받고 나니 걱정이 좀 덜어졌어요.”

공부와 육아를 함께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녀는 “지금보다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본다”고 했다. 그 미래에는 성장한 그녀의 아이들이 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차별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엄마,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엄마, 공부 잘하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 있게 맞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로서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사람처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또 영어 등 다른 언어 더 공부해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다른 나라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 

대학원에 가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책이 많이 있는 대학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공부하고 싶다”는 와잉씨는 두 아이의 엄마지만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꿈도, 새롭게 만날 친구들과의 생활에 설렘을 느끼는 28살이다.

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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